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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사니챈 배포전]희망사항은 희망으로 남겨주세요!

[미카사니/현대AU/전체연령가/A5/24p(예상중)/₩2000]

 

1. 파본, 낙장 등의 책의 손상 외의 환불문의는 절대 받지 않습니다.

2. 이 책에 등장하는 인명, 소재는 실제 사건과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3. 실제 사건, 실정법 등 현실과 다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4. 이 책은 도검난무-ONLINE-의 2차 창작 책입니다. 공식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개인적인 2차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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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출근하기 싫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내일 또 다시 지긋지긋한 일상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잠들기 싫었다.

이럴 때면 모두가 외치곤 했다. 복권 1. 예전에 본 신문기사의 한 면에는 복권의 허황됨을 지적하며 복권 1등이 당첨될 확률은 낙뢰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더 적다고 했었다.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복권 1등은 이 지긋지긋한 일상을 단박에 바꿔줄 꿈의 열쇠였다. 생각해보라. 돈을 벌어야하니 이 월급 받고 회사 다니지 돈만 있으면 뭔들 못할까? 퇴사를 외치는 마음과 복권 1등을 외치는 마음은 늘 같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사지 않았지만. 사지 않았으니 기회도 없다. 뻔하고 당연한 현실을 자신에게 일깨우며 비척비척 일어나 먹었던 흔적을 정리했다.

드라마에 그렇게 집중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유독 정장이 잘 어울렸던 남자 연기자와 그를 향해 화를 내던 여자 연기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만약 자신에게도 부잣집 도련님이 맹렬하게 대쉬해온다면 어떨까란 허무맹랑한 상상이 뭉게구름 피어오르듯 커져갔다. 원래 가능성이 0으로 수렴하는 발생불가능한 일은 심심풀이로도 자주 가정하지 않던가.

만약 그 얼굴의 부잣집 도련님이 전부 너를 위해서 그런 거라며 길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빈다면 두말 할 것 없이 당장 혼인신고서부터 작성하러 가자고 납치할 것이다. 얼굴 잘생겨, 돈도 많아, 당장 상대가 자신이 마음에 든다며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군다면 참을 인 3개가 무엇인가? 100번도 참아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월급쟁이 생활로는 왕창 부자가 될 일은 이루어질 것 같지 않으니 차선책으로 누군가의 재산에 빨대를 꽂는 것이 가장 쉬울 것 같았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데 부잣집 도련님과의 비싼 데이트코스를 상상하는 건 제법 즐거웠다.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의 차에 같이 타, 가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으니 알지 못해서 막연히 비싸겠지라고 생각만 하는 레스토랑에서 같이 밥을 먹고 그가 내미는 선물에 기뻐하기. 휴가시즌엔 전용기로 멀리 개인사유의 에메랄드빛 인공섬에서 단 둘이 로맨틱한 여행. 부자들의 삶을 알 수 없으니 상상도 빈곤하지만 결국엔 상상일 뿐이다. 이루어질 리 없었다. 침대에 몸을 던지며 서민의 돈 안드는 놀이에 종지부를 찍었다.

 

   "! 나도 잘생긴 부잣집 도련님과 연애하고 싶다!!!!!"

 

이루어질 리 없는 비현실의 바람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다 뜨면 현실이다.

 

 

 

그러면 그렇지. 전날 자기 전, 맥주를 마신 탓에 조금 부은 얼굴을 찬물로 씻으며 바뀐 것 없는 평범한 일상에 투덜거렸다.

자고 일어났더니 복권에 당첨됐다든가, 차원을 이동해 이세계를 주름잡는 먼치킨 캐릭터가 되어있다든가, 초능력이 생겨서 상사를 완전범죄로 죽일 수 있게 됐다든가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 새삼스럽게 기대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주말까지 몇일 남았는가를 세어보며 오늘도 버텨야 할 자신을 다독였다.

 

나가기 싫다며 발버둥을 친 것과 별개로 막상 나오면 현실에 충실해야만 했다.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아차하는 순간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더 큰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는 세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저절로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살 수 밖에 없다. 어제 밤에 침대에서 츄리닝차림으로 배가 드러나도록 늘어져 맥주를 깠던 게으름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뛰고 뛸 수밖에.

그래도 오늘은 꽤 좋은 편이다. 간만에 외근이라며 일을 핑계로 중간에 숨 막힐 듯한 사무실에서 나올 수 있는 날은 1년 중 몇일 되지 않았다. 엄청 급한 일은 아니었지만 마무리는 회사에 돌아가 지어야 할 것 같아 뚜벅뚜벅 회사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해 떠있을 때 바깥에 나오는 해방감 때문인지 원래라면 앞만 보고 걸었을 길도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괜히 왔던 길도 다시 천천히 뜯어보게 되는 여유. 한 손에 스X벅스 커피라도 들고 있었다면 더 분위기가 있었겠다고 키들키들 웃었다. 고층빌딩이 밀집된 구역이라 그런지 말끔하게 다듬은 회색 보도블럭의 보행자 도로는 깔끔했고 빌딩그림자에 가려져 푸르스름했다. 거기다가 이 시간대에는 한창 일하고 있을 때라 그런지 4차선의 도로도 한적하기만 했다. 어차피 똑같이 일하고 있는 시간이긴 했지만 혼자만 일탈하고 있는 듯한 소소한 행복감에 들떠 회사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랬을 터였다.

 

  끼익! 쿠당탕!

 

   "?"

입에서 영문을 알 수 없어 짧은 소리가 터져나오고 몸이 무너졌다.

내가 왜 넘어졌지?

의문이 먼저 들고, 시야가 낮아져 검은 아스팔트 바닥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왜지? 얼떨떨해서 눈을 깜빡거리며 쓰러진 몸을 일으키려 했다. 어째서인지 몸이 자꾸만 어기적어기적거리며 생각처럼 빨리 움직여지지 않았다. 빨리 그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거북이마냥 느릿느릿, 일어나기 위한 준비동작을 수행하며 옆을 돌아보자 검은색 차량의 반짝이는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보였다. 차 옆으로 문이 열리더니 검은색 정장차림의 남자가 놀란듯이 튀어나오는 게 시야에 잡혔다.

 

   "괜찮으십니까?"

 

   ".... , 괜찮아요. 죄송한데 부축 좀 해주시겠어요?"

 

   ", ! 어디 크게 다치진 않으셨는지요?"

 

남자는 당황한 얼굴로 나를 일으켜주었다. 그제야 상황파악이 되었다. 옆까지 잘 보고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이 차량에 부딪혀 넘어진 듯 했다. 그렇지만 차량과 부딪혔을 몸은 그다지 아픈 느낌이 들지 않았다. 외려 넘어지면서 아스팔트에 쓸려 반대쪽 다리가 까져있었다. 쓸린 다리만 좀 따끔따끔할 뿐이다. 이 정도면 그냥 가도 괜찮을 듯 했다. 회사에 돌아가서 할 일도 있었고, 퇴근 전에 병가를 내도 될 것 같아 이 자리에선 무난하게 넘기려고 했다.

 

   ", 제가 지금은 회사로 돌아가봐야 해서, 병원 가게 되면 연락 드리게 명함 좀 주시겠어요?"

 

   "그러시겠습니까? 저희도 회사로 지금 돌아가봐야 해서.... 대신 책임은 확실하게 지겠습니다. 병원에 가시기 전에 꼭 연락 주십시오.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운전자도 반색하며 명함을 꺼내기 위해 쟈켓 안쪽 포켓을 뒤지는 걸 보자 마찬가지로 명함을 건네주기 위해 가방을 뒤지느라 시야를 돌렸다. 가방 안을 뒤적이는 사이, 운전석이 아니라 뒷좌석에서 또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또 다른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저런, 사고를 그렇게 처리해서야 되겠느냐?"

 

21세기에 웬 사극말투? 심지어 저 자연스러움은 평소의 컨셉으로 행동하는 것도 아니란 감이 팍 왔다. 이 사람은 저 말투가 숨쉬듯 자연스러운 버릇인 것 같았다. 아까 넘어질 때 안다쳤던 머리가 땡-하는 청명한 소리를 내며 울리는 느낌이다. 멍하니 나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더더욱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런 사람이 실물로 있다고? 만화나 명화나, 아무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캐릭터가 차원을 찢고 나온 것이 아니라? 그런데 TV에 한번 나오질 않고 있다고? 방송국들이 죄다 미친게 분명했다.

완벽하게 갸름한 달걀형의 얼굴. CF에서 CG처리한 머리카락에서나 나올 법한, 상한 머리카락 한 올도 없어보이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머리카락이 남자치고 제법 긴데도 단정하게 빗어 넘겼지만 앞머리와 한쪽에 길게 낸 옆머리는 한쪽 뺨을 감싸고 있었다. 귓전을 때려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깨는 말투에 비해 뒷좌석에서 나온 사람은 나보다 더 피부가 완벽한 상태로 기미, 잡티, 흉터, 주름 하나 없이 하얗고 말갛게 반짝거렸으며 깊은 눈두덩에 속눈썹은 속눈썹 연장술의 도움 없이 완벽한 자연물의 상태로 길고 짙었다. 긴 속눈썹 아래에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푸른 눈동자가 감춰져 있었다. 처음 본 상태에서 결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완벽한 비율의 얼굴과 몸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무채색도 아니고 밝은 네이비의 정장마저 그를 위해 맞춘 정장마냥 어울릴 수 있을까. 그의 머리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의 주변만 이렇게 밝아질 수 있을까?

억지로 흠을 잡아볼래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미남이 차 뒤에서 내려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와 명함을 교환하려던 사람은 나를 발견했을 때보다 두배는 더 당황한 목소리로 그를 향해 사과하며 허리를 거의 90도로 꺾었다.

 

   "나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괜찮다, 괜찮아. 독촉하러 나온게 아니란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인 것 같은데 운전자에게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며 그는 나를 돌아보았다. 뭘 발견했는지, 뭐가 기쁜지 이 사람은 갑자기 활짝 웃더니 자기 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명함을 꺼내어 내밀었다.

여기서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야 했는데.

 

   "많이 놀랐겠구나. 어찌됐건 나의 잘못이니 바쁘더라도 일단 병원부터 같이 가겠느냐?"

 

멍하니 얼굴만 보다가 자신 앞에 내밀어진 명함을 받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말도 나오지 않고 그저 이 세상 외모가 아닌 것 같은 얼굴을 봤더니, 알 것 같았다.

예전에 모여서 점심 먹고 카페에서 남은 휴식시간을 보낼 적, 건너편 파티션 다른 팀 직원이 길에서 잘 생기기로 유명한 연예인을 만났을때 기절한 적이 있다고 했다. 물론 직원들 대부분 웃었다. 사람이 잘생겨봐야 얼마나 잘생기겠냐고, 얼마나 잘생겼길래 기절까지 하냐고 놀렸었다. 우리 팀 선배는 그럴 수 있다며, 연예계 기자들도 직업상 단련됐을 것 같아도 종종 잘생긴 사람을 앞에 두면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말할 차례를 잊는다고 했었다.

자신도 그 중 한명이 되었다. 산증인인 셈이다. 오늘 사무실에 돌아가면 반드시 사과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차 뒷자리에 있었다니 감사합니다.